You are currently viewing 산업혁명후 carbon footprint 지우고 여우가 사는 정원 도시 런던

산업혁명후 carbon footprint 지우고 여우가 사는 정원 도시 런던

도입

정원의 이끼, 잔디, 풀, 꽃, 덤불, 나무는 공기 중의 탄소를 흡수한다. 런던은 초록의 힘으로 이렇게 탄소발자국을 지운다. 증기기관을 먼저 발명해서 산업혁명이 일어난 영국은 물과 공기오염이 심각했다. 잔디와 나무심기가 해결책의 기반이었다.

런던에 살기 전에는 영국인 친구가 출근길에서 여우를 봤다는 말에 의아했다. 내가 잘못 들었거나 그 친구가 길냥이를 말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막상 런던에 와보니 런던에는 길고양이는 없고 야생여우가 어슬렁 거리고 있었다.

필자 소개

안녕하세요~ 어쩌다보니 런던에 살고 있어요. 타국에서 한국인으로서 일상에서 보고 느끼는 영국영어와 영국문화에 대해 글을 씁니다. 영국영어는 미국영어의 모태어이고 특유의 억양이 인상적이에요.

영국은 여전히 왕이 있고 53개국 영연방이 유지되는 점도 매우 신기해요. 영어와 영국문화에 흥미가 있는 분들이 이 글을 읽으면 영국을 좀 더 이해할 수 있고 지식과 경험의 지평을 넓힐 수 있어요.

이번 글은 탄소를 흡수하는 정원에 관한 글입니다. 대도시 런던에는 크고 작은 정원과 공원이 곳곳에 있어요. 덤불도 많아서 여우가 살아요. 여우와 딱 맞닥뜨린 적도 있었어요. 굉장히 크더군요.

1. 실제로 정원의 나라 영국

내게 영국은 중학교때 세계사에서나 배웠던 별 관심 없던 그저 먼 나라였다. 역사선생님이 영국은 정원의 나라라고 했던 것만 우연히 기억하고 있다. 여하튼 오래전 영국으로 처음 향했을 때가 겨울기운이 남아있는 2월이었다.

인천공항에서 출발한 비행기가 런던 상공을 지날 때 내려다본 영국은 온통 초록빛이었다. 이거 웬 시골구석인가. 메트로폴리탄 대도시 런던의 히드로공항으로 가고 있는데 믿기지 않을 정도로 2월에 초록 공간이 끝없이 펼쳐졌다.

프랑스도 수도인 파리만 화려하고 다 시골이다. 영국도 대도시 서너 군데 빼고는 깡 시골이다. 영국은 심지어 수도인 런던도 시골스럽다. 왕이 거주하는 버킹엄왕궁도 외양조차 호화롭지 않다.

세계 최초로 1차 산업혁명이 시작된 영국은 환경오염의 뜨거운 맛을 봤다. 해결책으로 런던은 정원과 공원을 곳곳에 잘 조성해서 초록식물이 공기를 정화시킨다.

런던에는 주거지 인근에도 공원들이 매우 많다. 윔블던 테니스의 본고장답게 공원마다 시민들이 언제든 동네테니스 칠 수 있는 코트가 있다. 다만 24시간 운영되지 않고 저녁에는 공원문을 꼭 잠근다.

영국은 공원에 공중화장실이 없다. 큰 공원에 어쩌다 있는 화장실은 몇 푼 안 되지만 유료이다. 영국인 친구들이 급한 볼일을 어떻게 해결하나 했더니 여자도 덤불숲을 활용한다. 영국뿐 아니라 유럽전역이 화장실에 인색하다.

런던에는 빅토리아 여왕시대풍의 주거건물들이 여전히 건재하고 2차 대전 이후에 지어진 굴뚝있는 벽돌집들도 많다. 낡고 오래됐어도 후줄근한 느낌은 안 든다. 현대 건물과는 다른 외관과 건축양식이 눈에 들어오고 마음이 느긋해진다.

런던은 단독주택과 주거용 고층빌딩은 드물다. 철근시멘트 대단위 고층 아파트단지는 없다. 단층 테라스하우스나 3~4층 짜리 공동주택이 보통이어서 벽과 지붕을 공유한다.

정원의 나라라니. 무슨, 과장이겠거니 했는데 말 그래로 영국은 정원과 공원의 나라다. 크고 작은 공원과 정원뿐 아니라 식물원들이 런던에 포진해 있다. 영국집은 집 앞뒤로 매우 작으나마 생울타리 정원이 딸렸다. 이웃과의 담은 낮고 담 주위로 관목을 심는다.

런던 주택의 정원

임태주택조차 주변에 큰 나무와 잔디로 덮인 공용 앞마당과 뒷마당 정원이 있다. 새소리를 들으며 일광욕과 운동 그리고 바비큐 파티하는 모습이 보통이다. 초록색이 주는 정서적 위안도 상당하다.

인구절벽이 없는 국가고 밀항해서라도 영국으로 살러들어오는 사람들이 많다. 인구가 늘고 주거 수요가 높아져서 예전보다는 더 고층건물을 짓고는 있으나 자연을 훼손해 가면서까지 무분별하게 짓지 않는다.

영국은 고층건물이라도 대단위 고층 단지가 아니며 각호마다 발코니가 필수로 설치된다. 영국인은 집을 사려고 버둥거리지 않는다. 런던은 집값이 높기로 악명이 높고 공공임대주택이 보편화되어 살만하기 때문이다.

학교조차 드넓은 잔디밭 위에 있다. 처음 런던에서 영국학교를 보고는 믿기지 않았다. 내 눈에는 길가의 공원 한가운데 건물이 있는 거다. 뭔가 이건. 왜 운동장이 없고 잔디밭만 있지?

밟기도 아까운 잔디밭 위에 건물이 있어서 의아했다. 학교 잔디밭에서 학생들이 공도 차고 체육활동을 하는걸 보고서야 학교인걸 실감했다. 런던은 ‘잔디보호 들어가지 마시오’ 이런 푯말이 아예 없다.

2. 탄소발자국 지우는 런던의 덤불숲, 늪지, 정원과 공원

식물이 광합성을 할 때 필요한 것이 탄소(이산화탄소)이다. 식물은 탄소와 더불어 또 다른 강력한 온실가스 질소까지 흡수한다. 전 세계가 탄소세(세금)까지 만들어 가며 탄소발자국을 지워가는 시국이다.

탄소발자국carbon footprint는 우리가 사용하는 물품들의 생산과 소비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총량을 표시한 것이다. 탄소발자국은 이산화탄소의 무게나 실제 광합성을 통해 감소시킬 수 있는 이산화탄소의 양을 나무의 수로 환산해서 표시한다.

매년 화석연료와 플라스틱 폐기물에서 나오는 탄소발자국은 348억 톤이다. 해결책으로 숲이 탄소를 흡수하게 할 수 있다. 한국의 남부산림청은 사회공헌형 산림탄소상쇄 시범사업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이러한 산림사업 실행으로 탄소배출권을 확보한 바 있다.

https://www.goparks.london/articles/the-power-of-parks/

정원·공원 조성과 늪지보호는 좋은 해결책이다. 자투리 황무지에 잡초나 야생화라도 자라도록 해야 한다. 이런 사실을 알고 아마존의 창업자 제프 베조스는 남미 아마존 정글에 나무 심기를 실천하고 있다.

런던은 한 뼘이라도 더 녹지를 늘리고자 도시계획과 도시정비를 할 때 정원과 공원 할당을 우선으로 챙긴다. 영국인들은 주변에 잔디를 더 심고 나무와 꽃을 심으며 작은 늪지도 새들과 야생오리들이 살도록 자비를 들여서라도 보호한다.

땅값, 집값, 물가 높은 런던에서 늪지와 녹지를 밀어버리고 고층 빌딩을 올리면 큰돈을 벌 수 있는데도 당국도 개인도 그렇게 하지 않는다. 있기는 하겠으나 드물다.

영국은 어떻게 이런 사고방식과 시스템을 만들 수 있었을까. 이유는 영국역사와 관련 있다. 산업혁명으로 물과 공기의 질이 악화돼서 당시 런던의 평균수명은 20살이었다.

템즈강은 원래 연간 3천만 마리가 잡힐 정도로 연어로 유명했는데 1856년 공장의 유독물질로 덮여서 물고기가 한 마리도 남지 않고 전부 폐사했다. 템즈강에 빠지면 익사가 아니라 허우적거리다 그 물을 삼킨 것이 사망원인이었다고 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당국, 전문가와 시민들이 머리를 맞대로 토론하고 실천방안을 모색했다. 환경오염물질 규제, 전체적인 하수관망설치와 하수처리 용량 증가 그리고 나무 심기가 주된 해결책으로 작동했다.

수십 년 간의 이러한 노력이 결실을 맺어 140년 만인 1974년에 템즈강에 연어가 다시 되돌아오고 최근에 물범까지 서식하는 게 확인되었다. 템즈강물은 현재 런던시민의 식수원이다. 영국인들은 정수기를 쓰지 않고 수돗물을 바로 마신다.

공기를 더욱 맑게 하고자 런던시는 버스를 전부 전기차로 바꾸고 있고 2030년까지 디젤차 판매를 금지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디젤차가 의회광장 등 정해진 구역(ULEZ, Ultra Low Emission Zone)에 들어오면 요금을 내게 한다.

런던의 도시여우와 흔한 마로니에 나무

서울 대학로의 마로니에 공원은 잎사귀가 넓고 열매가 특이한 마로니에라는 나무이름에서 이름을 따왔다. 마로니에는 프랑스어이고 영어로는 말밤나무(Horse chestnut tree)나 흔히 콘커(Conker tree)라고 부른다.

런던의 가로수와 공원에 많은 나무가 바로 마로니에이다. 아름드리 크고 수형이 안정적이어서 나무 타기도 쉽고 나무집을 지을 수도 있다. 밤가시처럼 둥글고 딱딱한 송아리가 벌어지면 밤이 나온다. 알밤처럼 생겼으나 독성이 있어서 먹을 수 없다.

런던에는 야생여우(붉은여우)가 1만 마리 있고 사람들과 공존한다. 말 그대로 진짜 야생여우이다. 여우가 사람을 헤치지 않고 도시인과 적당히 지낸다. 생울타리와 관목숲이 많아 그 사이에 서식지가 보장된다.

도시인들이 먹고 남긴 음식을 여우가 활용한다. 개나 고양이 먹으라고 놓은 사료를 여우가 몰래 먹기도 한다. 런던 여우는 시민들이 해를 끼치지 않는 것을 안다. 도시에 여우개체가 이렇게 많은 경우는 런던이 유일하다.

여우는 1930년대 런던 시가지 확장과 함께 도시로 편입되었다. 거리를 살금살금 돌아다니고 정원으로 들어와 뛰어노는 여우의 모습은 꽤 흔한 풍경이다.

런던의 여우는 도시와 야생동물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증거이다. 여우는 수십 년에 걸쳐 영국 런던 도심 생태계의 일부로 자리 잡으며 어엿한 런던 시민이 되었다.

영국의 대표적 동물보호단체로 와일드 트러스트(Wild Trust)와 왕립동물학대방지협회(RSPCA)가 있다. 이 협회의 칼리 라이딩스는 여우는 잡식성인 데다 타고난 기회주의여서 적응력이 뛰어나서 도시나 시골에서 여우가 발견되는 건 보통이라고 설명한다.

동물보호단체와 관련 전문가들은 대다수 런던 시민들이 여우와 큰 문제없이 사이좋게 공존한다고 말한다. 브리스톨대 환경과학 교수 스티븐 해리스는 영국은 전 세계에서 여우 개체밀도가 가장 높은 나라인데도 여우 관련 문제는 놀랄 만큼 적다고 언급한다.

대부분의 가정에서는 자기 집 정원에서 여우를 보는 것을 좋아한다. 나도 그렇다. 새끼 여우들이 몰려와서 지들끼리 어울려 노는 모습도 흔하다. 시끄러울 때도 있는데 익숙해져서 그런가 보다 한다. (참조 위키피디아, Express, wildtrust, thegaurdian, GoParksLondon)

함께 읽으면 좋은 글

마무리

영국은 산업혁명 후 환경오염문제로 악명이 높았다. 문제를 인지하고 수십 년에 걸쳐 방법을 강구했더니 탄소를 흡수하는 정원 등의 녹지가 많아졌다. 녹지는 이렇게 탄소발자국을 지운다. 생태계가 복원된 런던은 1만 마리 여우가 공존하는 도시가 되었다.

런던은 생울타리, 덤불숲 , 정원과 공원이 많아서 여우 서식지가 보존된 데다 시민들의 우호적인 태도와 여우도 스스로 조심해 선을 넘지 않아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사람들과 공생하고 있다.

ukculture

영국 런던에 살면서 한국인으로서 보고 느끼는 영국 영어와 영국 문화에 대해 글로 적고 있어요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