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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밥

요알못이 코로나로 반강제로 타국 영국에서 직접 말아먹는 김밥

필자는 쌀밥은 안먹는데 김밥은 좋아한다. 일본김밥과 한국김밥은 다르다. 런던의 집근처 뷔페에서 일본 김밥을 가득 담아 먹으면 김밥에 대한 갈증이 해결되었다. 그러나 문을 닫아서 스스로 싸먹어야 했다. 인도식 햇반을 사다가 김에 말았더니 다 터져서 숟가락을 떠 먹었다. 일본 쌀을 사다가 처음 솥밥을 해서 김에 쌌다. 칼이 무뎌서 한줄에 4토막이 나왔다.

1. 한국 김밥과 일본 김밥 노리마키는 다르다

김밥 참 맛있다. 사먹는 김밥도 좋고 집에서 만든 김밥도 맛있다. 서울에서야 김밥먹고 싶으면 쪼르르 김밥천국에 가서 두어 줄 사 먹으면 됐으니 참 편했다.

서구인들은 노리마키도 김밥도 다 스시라고 부른다. 김밥이라고 가르쳐 줘도 굳이 스시라는 단어를 고집한다. 노리마키라고 알려줘봤자 다 스시이다.

 sushi는 초밥이라는 일본어이다. 노리는 김, 마키는 말이. 다양한 초밥에 노리마키도 끼어 있으니 뭉뚱그려 스시라고 하나 보다. 일본 노리마키는 한국 김밥과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김밥용 밥은 고슬고슬한데 노리마키용 밥은 무척 질고 식초로 간을 한다. 김밥은 속재료를 화려하고 다양하게 듬뿍 넣는 거에 비해 노리마키는 속재료를 단순하게 넣는다. 형태도 네모나다.

 코로나 사태로 영국 전역이 봉쇄되었을 때 그 뷔페가 참 아쉬웠다. 봉쇄를 풀어도 그 뷔페집의 운영진은 극도로 조심해서 문을 열지 않았다. 또 다시 런던이 봉쇄되어서 언감생김 갈 수가 없다. 결국 참다못해 직접 만들어 보기로 했다.

2. 런던에서 단무지도 없이 김발도 없이 내손으로 만드는 김밥

나는 일 벌리기를 몹시 싫어한다. 밥을 직접 지을 리가 없다. 게다가 전기 밥솥도 없다. 일단 풀풀 날리는 인도쌀밥을 샀다. 반조리 식품으로 크고 작은 마트에서 쉽게 살 수 있다. 한국식 찰진 쌀과 쌀밥을 파는 곳은 이 근처에 없다.

 마침 일본 김은 쉽게 살 수 있어서 비싸도 아쉬운 대로 인도 쌀밥으로 대체했다. 한국 식품들이 수입되면 좋겠다. 일본은 식품수출에 앞서 있고 심지어 김치까지 만들어 판다.

 서울에서는 김 한 묶음이 낱장도 많고 값도 저렴한 반면, 여기 수입되는 일본 김은 딱 5장 들어있다. 값은 1파운드 80펜스이다. 대략 2700원이다. 1파운드 당 환율이 1500원에서 1600원이다.

 건강을 생각해서 현미 인도쌀밥을 김에 폈다. 인도쌀은 현미든 아니든 여느 동남아 쌀처럼 찰기가 없어서 불면 풀풀 날릴 정도이다. 속재료 하나 없이 김에 밥만 간신히 말았는데 무딘 칼로 썰다가 다 터졌다. 그래도 김밥 맛이 나서 신났다.

 이렇게 일주일을 감지덕지하며 이런 김밥을 숟가락으로 맛있게 떠먹었다. 국가는 달라도 김 맛은 같은가. 환희롭다. 헤헤.
고국에서는 일본상품 불매운동이 거센데 동참 못하는 건 맘에 걸린다.

 그 김파는 상점에 일본쌀도 판다. 한국쌀은 사고 싶어도 없어서 못 산다. 생전 처음 냄비밥을 해보기로 했다. 오로지 김밥을 위해서. 쌀 포장지에 밥하는 법이 나와 있다. 전자 저울까지 구매 후 하라는 대로 계량을 했다.

 초보자의 행운이라고 밥이 잘 되었다. 단무지가 있을 리 없다. 그냥 내 식대로 타국에서 개척하는 수 밖에. 당근과 가지와 호박을 굵고 길게 썰어 볶았다. 그리고 소시지를 넣었다. 영국에는 비건용 소시지가 종류도 다양하게 있다.

3. 한줄에 네 토막

 밥을 김 위에 골고루 펴는 것도 몰라서 욕심껏 많이 대충 우둘투둘 올렸다. 김발도 없어서 그냥 손으로 꾹국 말았다. 관건은 썰기였다. 칼이 무뎌서 아무리 애써도 한 줄에 네 토막이 되었다. 남들은 한 줄 썰면 12토막이 나온다는 데 말이다. 12조각! 곰손은 꿈 꿀 수 없는 신공이다.

 그 커다란 김밥을 하나 입에 넣고 씹으려 들면 입이 미어터진다. 내 김밥은 보통 김밥 한개 크기보다 세배는 크기 때문이다. 얼굴은 많이 못나져도 맛은 참 좋다. 입 크기가 작은 짝꿍은 식탁 나이프로 반을 갈라서 먹는다.

 무척 싱겁게 먹는 나에 비해 짝꿍은 김밥을 몹시 매운 영국 겨자나 간장에 찍어 먹는다. 김밥을 그렇게 먹는 사람이 어디있냐 하지 않고 영국식으로 즐기게 둔다.

 서울에 살 때 내가 아는 서양인 친구들은 김밥을 싫어했다. 탄수화물 덩어리라나 하면서 맛을 모르겠다고 했다. 그들이 집김밥에 대해서도 그렇게 느꼈는지는 모르겠다.

 영국인 짝궁은 예외여서 내가 김밥을 혼자 독차지 할 기회가 날아갔다. 칼도 장만했다. 고기 써는 날씬한 전용칼을 샀는데 나는 김밥 썰기용으로 명명했다.

김밥

 아무래도 필자는 한국인이고 이건 한국 음식이니 나도 모르게 내 김밥은 더 두툼하게 말아서 내 접시에 더 담았나 보다. 내 김밥이 더 많아 보인다고 처음 들었을 때는 뭣도 모르고 넘어갔다.

 같은 말을 두번째 들었을 때는 이 친구가 접시에 담긴 김밥 개수를 세어봤다는 것을 알았다. 내 접시에 두 개가 더 들어있다나. 하도 억울해 하길래 하나 덜어 줬다. 그럼에도 여전히 뿌루퉁해서 물어보니 내 김밥이 훨씬 크기가 크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짝꿍 것을 먼저 형태가 좋은 속재료로 안 터지게 노력하며 말고, 음식 쓰레기 안나오게 나머지 재료를 다 쓸어 담아서 옆구리 터지게 내 김밥을 마니까 그런 거였다.

 내딴에는 배려해서 모양 좋은 걸 담아준 거였는데 못나도 덩치 큰 김밥을 먹고 싶었나 보다. 나처럼 김밥을 좋아해 주는 반증이니 기꺼이 투정을 받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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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상 전세계에서 김을 먹는 나라는 몇 안된다. 한국과 일본 그리고 웨일즈에서 먹는다. 한일 합방 전에 이미 조선에 김밥에 대한 문헌이 있다. 김양식은 영국의 여성 생물학자 캐슬린 드루베이커의 연구덕분에 일본에서 시작됐다.

남의 눈에는 정석이 아닌 방법이라 우습지만 런던에서 스스로 만들어 먹는 김밥에 필자는 만족한다. 일본 김밥과 한국 김밥은 다르다. 그간 김밥을 마는 대나무 김발도 장만했고 김밥 써는 칼도 구매했다. 한줄 말아 썰면 4토막이었는데 지금은 한줄에 12토막 낼 수 있을 정도로 발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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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런던에 살면서 한국인으로서 보고 느끼는 영국 영어와 영국 문화에 대해 글로 적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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